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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스노 몬스터’, 아키타 설산 트래킹.

작성자
japannowjp
작성일
2025-12-14 07:27
조회
25

‘스노 몬스터(Snow Monster)’를 한국어로 옮기면 '수빙(樹氷)'이다.

국내에서는 흔히 ‘상고대’로 설명되지만, 일본의 수빙은 상고대와는 다소 다른 자연현상이다.

수빙은 나뭇가지에 수증기나 미세한 물방울이 얼어붙으며 형성된다. 일정한 적설량, 기압 배치, 높은 습도와 낮은 기온, 그리고 침엽수림과 산 정상부의 지형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만들어지며, 크기와 형태 면에서 일반적인 상고대보다 훨씬 크고 입체적이다.

일본에서 스노 몬스터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미야기현의 자오(蔵王) 스키장이다. 그러나 일본에는 자오를 포함해 3대 수빙 지역이 존재한다. 미야기현 자오, 아오모리현 핫코다야마(八甲田山), 그리고 아키타현 '모리요시야마(森吉山)'다.

아키타에서도 스노 몬스터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여행의 목적지는 명확해졌다.


모리요시야마와 아니(阿仁) 스키장

모리요시야마에는 '아니 스키장(阿仁スキー場)'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곤돌라를 이용해 정상 인근까지 접근할 수 있어, 겨울철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트레킹이 가능하다.

아키타현의 주요 관문은 아키타 공항이지만, 모리요시야마 접근성을 고려해 오다테 노시로 공항을 이용했다. 공항에서 가까운 지역의 소규모 료칸을 숙소로 정했는데, 현청 한국 담당자의 추천을 받은 곳이었다.

이 료칸은 마을 주민들이 일과를 마친 뒤 모이는 온천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객실은 단 6개뿐인 전형적인 로컬 숙소다.


조용한 마을의 밤

해가 지기 시작한 오후 5시 무렵, 마을은 빠르게 정적에 잠겼다. 온천욕 후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지만 손님은 나 혼자뿐이었다.

간단한 생선회와 튀김, 아키타 전통 음식인 키리탄포, 여기에 생맥주와 사케 한 병. 혼자 먹는 식사다 보니 30분 만에 끝났지만, 다음 날 스노 몬스터 지역을 걷게 될 생각에 기대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도쿄는 연일 비 소식이 이어졌고, 이 지역 역시 눈 예보가 있었지만 아침에 잠시 맑을 것이라는 기상 정보를 믿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스노 몬스터를 향한 아침, 그리고 변수

다음 날 아침, 설렘 속에 서둘러 체크아웃하고 아니 스키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매표소 직원의 말은 예상과 달랐다.

“올해는 유난히 기온이 높아,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거의 떨어졌다.”

즉, 현재 시점에서는 스노 몬스터를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트레킹이라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곤돌라와 설산 트레킹

정상 접근을 위해 입산 신고서를 작성했다. 렌털 스태프는 “설피는 없어도 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판단 착오였다.

곤돌라는 총 길이 3,473m. 하차 지점에서는 중급자급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이 눈에 띄었다. 곤돌라에서 내려 트레킹을 시작했지만, 파우더 설질로 인해 설피 없이 이동하기엔 상당히 힘든 상태였다. 일부 구간에서는 무릎까지 눈에 빠지기도 했다.

등산로를 정비 중이던 스태프는 “이 상태로 정상까지 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대피소가 있는 신사까지만 이동할 것을 권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설국

신사로 향하는 길 역시 쉽지 않았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순백의 능선 풍경은 모든 불편을 잊게 만들었다.
장애물 없는 능선을 따라 걷는 트레킹은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방식이었고, 이날의 풍경은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했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연 풍광을 마주할 때, 일본 여행의 진가가 드러난다. 스키를 즐기는 서양인, 보드를 메고 오르는 젊은 여성, 그리고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이들까지—모두가 이 순간을 위해 각자의 시간을 준비해 왔을 것이다.

특히 솔로 여행객이 많았는데, 입산 신고서 작성과 야간 스키가 없는 이유를 현장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길을 잃을 경우 조난 위험이 클 만큼 산의 규모가 상당했다.


아쉬움과 여운

신사에 도착하자 맞은편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졌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곤돌라 탑승장으로 되돌아왔다.

탑승장 주변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눈 덮인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설산을 바라봤다.

이 정도 규모의 스키장임에도 정상부에는 화장실과 자동판매기만 있을 뿐, 하산 후에도 작은 푸드코트와 기념품 코너가 전부인 소박한 시설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산악 트레킹은 곤돌라나 로프웨이가 잘 갖춰져 있어, 고령자나 체력이 약한 여행자도 대자연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정상부에서도 짧은 산책 코스와 본격적인 산행 코스로 나뉘어 선택할 수 있다.


다음을 기약하며

스노 몬스터를 직접 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맑은 날씨 속 설산 능선 트레킹만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이 정도의 아쉬움은 ‘다시 오라’는 아키타의 신호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하산 후 젖은 양말과 부츠를 벗고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동안, 하늘은 다시 잿빛으로 변하며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아키타와 나는, 아무래도 궁합이 맞는 것 같다.

하네다공항 2터미널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아키타현 "오다테 노시로"공항으로 이동. / JAPAN NOW


도쿄를 이륙해 북쪽으로 향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산악 풍경 / JAPAN NOW


아키타현 오다테노시로 공항 / JAPAN NOW


3박4일 함께 한 토요타 "Roomy" ,연비 20Km가 넘는 실용적인 차./ JAPAN NOW


2층은 대욕장, 3층은 6개의 숙소가 있는 시골 동네 료칸. / JAPAN NOW


추측컨데 이날 객실 상황은 나 혼자 뿐이었다./ JAPAN NOW


료칸 창문을 통해 본 아침 풍경./ JAPAN NOW


드디어 모리요시산 "아니스키장" 도착./ JAPAN NOW


손님을 맞아주는 "아키타견'./ JAPAN NOW


곤돌라에서 내리면 만나는 하얀 설산과 파란 하늘. / JAPAN NOW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이는 그림 엽서 같은 풍경./ JAPAN NOW


중급 이상의 실력자들은 이곳 정상에서 부터 3Km가 넘는 거리를 활강 할 수 있다./ JAPAN NOW

산 정상을 향하는 등산객들은 스노우부츠와 설피는 필수다. / JAPAN NOW

발밑에 보이는 건물은 대피소와 신사. / JAPAN NOW

외국인 관광객들이 곤돌라에서 내려 눈을 즐기고 있다. / JAPAN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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